2025 제주블루스: 바다 색 아카이빙 프로젝트
2월 | 박수기정 & 대평포구
겨울의 끝자락에서 제주의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그 속에서도 봄의 기운은 서서히 퍼지고 있습니다. 2월 제주색 여정의 목적지는 제주의 남서쪽 박수기정과 대평포구, 그리고 그 곁을 노랗게 물들이는 유채꽃밭입니다.
박수기정은 ‘바가지로 떠서 마시는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벼랑‘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기정‘이 합쳐진 이름입니다. 제주 남서쪽 해안에 자리한 이곳은 높게 솟아있는 절벽이지만 주상절리와는 또 다른 형태의 지질 구조를 보여줍니다. 현무암층으로 이루어진 주상절리와는 달리 퇴적암층이 쌓이고 침식되며 독특한 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닿는 부분은 더욱 거칠게 깎여 나가면서 기묘한 굴곡과 깊이를 보여줍니다. 또한 과거 이곳은 제주 서부 중산간 지역에서 기른 말을 원나라로 수송하기 위해 사용된 몰질(말길)이었으며 주민들은 이 길을 따라 말을 몰고, 바닷길을 지나며 섬의 경제와 문화를 이어갔습니다.
박수기정 아래, 해안선을 따라 움푹 들어간 곳에는 대평포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넓은 지형으로, 제주 방언으로 ‘넓은 들‘을 뜻하는 ‘난드르’라 불렸습니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가에 닻을 내리는 이 포구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천연의 방파제이자,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 주었습니다.
2월의 끝자락, 해가 가장 높게 떠오른 정오에 박수기정과 대평포구를 찾았습니다. 정오의 햇빛이 가장 높이 떠오른 순간, 바다는 깊고 짙은 푸름을 드러내고, 차갑고 묵직했던 절벽도 햇살을 머금으며 부드러운 색으로 변해갑니다. 거친 결을 지닌 바위에도 따뜻한 빛이 스며들고, 절벽 아래로는 바다와 바위가 만나며 만들어낸 흰 포말의 흔적이 은은하게 남아 있습니다.
강렬한 햇살이 바다를 더욱 선명하게 비추는 그 웅장한 풍경 속에서도, 봄의 기운은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절벽과 바다가 맞닿은 곳, 그 곁에 부드럽게 펼쳐진 유채꽃밭이 바람에 흔들리며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박수기정의 절벽과 바다, 그리고 유채꽃밭이 어우러지는 2월의 제주. 겨울과 봄 사이의 변화를 맞이하는 이곳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제주의 색을 마주합니다. 🌼